원래 국수를 좋아한다. 특히나 막국수와 냉면 골고루 사랑하는 편이고
잔치국수는 따로 사먹진 않지만 일단 먹으면 2인분은 먹어준다.
칼국수는 막국수나 냉면 그리고 잔치 국수에 비해 먹을 기회가 덜 한데 아무래도
면발이 굵은 해물 칼국수가 서울 칼국수계를 점령해버린 탓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바지락 칼국수의 어중간한 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 추석, 귀성길에 잠깐 강릉에 들렀다. 목적지는 속초였지만 대학때 가끔 들러
배불리 먹었던 강릉 스타일의 칼국수를 다시 맛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애써 들른 보람은 없었다. 왜냐면 다시 맛본 강릉 칼국수는 정말 끔찍했으니까.
고추장으로 간을 한 텁텁한 국물과 길쭉한 수제비같은 특색없는 면발에,
과장않고 처음 입을 댄 순간 질려버렸다. 이런걸 맛있게 먹었던 과거의 나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휴~
다행이도... 내 기억속의 칼국수는 이것말고 하나가 더 있다.
코흘리던 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는 관호네 집에서 운영하던
조그만 식당인 '서울분식'에서 먹던 칼국수.
어릴땐 꽤 맛있게 먹었었던것 같고,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인근 부둣가 아저씨들도
대부분이 충성스런 단골이었던것으로 미루어 평범한 요리지만 아는 사람만 가는
숨은 보석같은 그런 식당이 아니었나 싶다.
친구녀석은 호주에 가고 없지만 휴가차 속초에 들렀던 우리는 지난밤의 숙취도 진정시킬겸
또 오랜만에 관호 부모님께 인사도 드릴겸, 그리고 무엇보다 추억과 더불어 사정없이 되살아난
서울분식의 칼국수 맛을 혀끝에서 재현키 위해 '서울분식'에 갔다.
휴일을 맞아 일손을 거드는 관호네 누나들까지 두루 안부를 묻고
잠시 기다리니 칼국수가 나왔다. 급한마음에 사진찍는것도 잊고
면을 저어가다 아차싶어 사진을 찍은 후 뜨거운 김을 불어가며 면을 들었다.

사진은 별로지만
맛은 최고.
끝.

서울분식 가는 길